난생처음 핀란드, 헬싱키 도착
드디어 핀란드 헬싱키 반타 국제공항(Helsinki-Vantaa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했다. 2번 터미널에 도착해 나오니 한국어가 여기저기 보였다. 이 먼 곳에도 한국어가 있다는 게 무척 반가웠다. 헬싱키 공항에는 한국어가 많지만 거기서 끝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한국어는 정말 그걸로 끝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밤 9시가 넘어있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일단 핀에어(Finair)에서 운행하는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바로 시내로 이동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교통카드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어떻게 시내까지 가는 지도 몰랐다. 그저 빨리 헬싱키 시내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핀에어 리무진 버스에 올라타서는 뒷자리 승객에게 내 주소를 보여주면서 Rautatienkatu(나의 HOAS 아파트 주소)에 가려고 하는데 이 버스를 타는 게 맞는지 물어봤다. 그러더니 왼쪽 건너편 자리에 앉은 승객이 답해주며 "이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라고 했다. 두 분은 계속해서 친절하게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 답해줬고, 그렇게 나는 어딘지도 모르겠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하늘은 완전히 캄캄해져 있었고,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헬싱키는 늘 대체로 거리에 사람이 없다). 버스에서 함께 내렸던 사람들도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지고, 나만 덩그러니 버스에서 내린 그 자리에 남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내린 곳은 Rautatientori(Railway Square, 헬싱키 중앙역 Central Railway Station)였는데, 그땐 그런 거 하나도 몰랐으니 그냥 어딘지 모를 곳에 혼자 남겨진 거였다. 나에겐 그저 낯선 곳에서의 늦은 밤이었고 거리엔 사람이 없었으며, 밤은 점점 깊어져 가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뿐이었다. 아직 인터넷도 없고, 교통카드도 없고, 어디서 어떻게 대중교통을 타는지도 모르겠는데, 밤이 늦었으니 어서 빨리 숙소에 가는게 더 급하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파리에서 살 때, 해가 진 뒤에는 밖에 있으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많이 들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게다가 9월 초의 한국은 반팔에 반바지를 입으면 적당할 정도의 더운 늦여름이지만, 헬싱키는 가을 중순처럼 추웠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길을 찾아 걸으면서 생각했다. 이제 어떻게 집에 가면 좋지?
그때의 난 알 수 없는 곳에 덩그러니 혼자 떨어졌다고 말하면 딱 어울리는 상황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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