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 나 혼자, 머나먼 이국땅.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기
교환학생을 간다며 패기있게 한국을 떠나 핀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지 대략 12시간 후, 헬싱키 반타 공항에 홀로 내렸고, 헬싱키 시내에 덩그러니 혼자 서 있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어떻게 숙소까지 가야하는지도 모르겠다. 핀에어 공항버스에 탔을 때, 버스 와이파이에 연결해 나의 교환학생 멘토에게 내가 거의 도착했다고 알렸는데, 멘토는 지금 당장은 올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린 곳에서부터 숙소까지는 혼자 찾아가야했다.
핀에어 버스에서 만났던 핀란드인들이 말하길, 버스의 종착지인 헬싱키 중앙역에서 내 숙소까지 걸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역앞에 서서 구글맵을 열고 핸드폰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내 위치를 찾아보았다.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뭐가 뭔지 정말 모르겠더라. 방향을 알 수 없어서 이쪽으로 조금 캐리어를 끌고 가보다가, 다시 저쪽으로 조금 캐리어를 끌고 가기도 했다.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다 보니, 한 핀란드인 할아버지가 근처를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래서 다가가서 길을 물었는데, 그 분이 함께 길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안내로 숙소까지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등의 소소한 질문을 받았고, 나는 여기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여기서 지낸다는 게 얼마나 설레고 기대되는 일인지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어떤 광장을 지나쳐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건물은 Kamppi(깜삐)였고, 깜삐 버스 터미널을 통과해 가는게 헬싱키 중앙역에서 HOAS 숙소까지 더 빨리 닿는 지름길이었다.
핀란드에서 만난 친절함.
그렇게 10분쯤 걸었을까. 어느새 숙소 앞에 도착했다. 초행길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 10분이 30분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숙소 앞에서 나의 멘토 Miro를 만났다. 미로는 갈색 수염이 턱 한 가득인 진짜 핀란드 사람이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내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걸 확인한 할아버지는 작별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무척 고마운 분이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이후에 다시 볼 수 없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무척 아쉽다. 그리고 HOAS 건물 앞에서 두 명의 아시아계 여학생도 마주쳤다. 나와 같은 건물에 사는 교환학생들이었다.
Miro는 지금 열쇠가 없지만, 문 열어주는 시큐리티를 불르면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내일 아침 HOAS Office가 문을 열면 열쇠를 받으러 오면 된다고 했다. 미로가 전화로 시큐리티(Security)를 불렀고 조금 기다리면 곧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아시아계 친구들은 “그거 돈을 내야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우리 방에서 지내는 게 어때요? 우리가 재워줄 수 있어요.”라고 했다. 우리는 분명 방금 전, 문 앞에서 처음 만났는데도 말이다! 나에겐 아주 고마운 제안이었고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좋다고 말했다.
사실 거절할 이유야 많다. 그 당시에 내 일기에 적었던 대로 나는 정말 용감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수락했던 거지? 처음 보는 외국인이 방에서 지내게 해주겠다고 해서 따라가겠단 생각을 하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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