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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여행/핀란드 Finland

핀란드 현지 생활 적응기 * 핀란드에서는 물을 사서 마시나요?

ssszee_ 2021. 8. 18. 19:00

둘째 날의 할 일

✅ HOAS Office에 가서 내 방 열쇠 받기

⬜ 투어리스트 센터에서 Helsinki 지도 가져오기

⬜ 스마트폰 충전기 사기

⬜ 콘텍트렌즈 세정제 사기

⬜ 마실 물 구하기

 

 

핀란드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HOAS Office에 갔다. 번호표를 뽑고 조금 기다리니 곧 내 차례가 왔다. 창구에 가서 “l’d like to collect my key(제 열쇠를 받으러 왔어요).”라고 말하고는 여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곧 열쇠를 건네받았다. HOAS의 열쇠는 일반 열쇠가 아닌 전자식 열쇠였는데, 덕분에 열쇠 하나로 현관문을 열 때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 방 문을 열 때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여기서 왼쪽 노란건물이 내가 살던 곳, 거기 1층이 HOAS Office다.

 

드디어 들어가게 된 내 방의 첫인상은 일단 무척 넓다는 것이었다. 서울대학교 기숙사의 닭장같이 좁은 방에서 생활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크고 쾌적한 방이었다. 북유럽에서는 삶의 질을 위해 방을 일정 크기 이상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것도 같다. 방에는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침대 둘, 정사각형 탁자 하나, 직사각형 탁자 하나, 의자 셋, 안락의자 하나가 있었다. 나는 방에 있던 가구들을 적당히 배치하고, 짐을 풀었다.

그런데 짐을 살펴보니 은근히 빠뜨리고 온 것이 많았다. 스마트폰 충전기, 콘택트렌즈 세정제 등등등. 분명 꼼꼼히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말이다. 필요한 물건도 좀 사고 어떤 지역 이벤트가 열리는지도 확인하고, 헬싱키 지도도 구할 겸 밖으로 나갔다.

그래 바로 이 방이다. 햇살이 반짝이며 방을 비추고 있는 내 방의 첫 모습.

헬싱키 투어리스트 센터, 스톡크만 백화점(Stockmann), 필요한 물건 구입하기

9월의 헬싱키는 내겐 너무 쌀쌀했다. 우리나라의 11월 정도의 날씨였는데, 몇 몇 핀란드 사람들은 반팔을 입고 다니며 여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물론 추위를 잘 타는 나는 두꺼운 후드 집업을 입고도 추웠다. 운이 좋게도, 내가 사는 집은 헬싱키 시내에 있었기에, 중심가까지는 도보로 10분정도 걸린다. 투어리스트 센터는 에스플라나디(Esplanadi) 공원 근처의 노란색 건물에 있었는데(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간 것 같아 보인다), 일단 거기 가서 오늘 뭘 할지 정할 생각이었다.

Esplanadi, Pohjoisesplanadi, 00130 Helsinki, 핀란드

Esplanadi, Pohjoisesplanadi, 00130 Helsinki, 핀란드

에스플라나디 공원(Esplanadi Pisto), 헬싱키의 센트럴파트 같은 곳. 햇빛을 쬐며 피크닉하기 좋은 곳이다.

 

헬싱키 대성당. 사진에 보이는 면은 오른쪽이다. 2016년 9월에는 저렇게 한쪽 모퉁이가 공사중이었다.

헬싱키 시내를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헬싱키 대성당도 구경하고, 느긋하게 걸어서 투어리스트 센터에 도착했다. 센터에 있던 한 직원에게 말을 걸어서 어디에 가면 스마트폰 충전기를 살 수 있는지 물었다. 그분은 스톡크만 백화점을 가르쳐주며 거기에 가면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콘텍트 렌즈 세정제를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물어보니, 그것도 스톡크만 백화점에 가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직원의 이름표엔 대략 7개의 서로 다른 국기가 보였다. 과연, 7개 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걸까? 대단하다! 갑자기 궁금해진 나는 대학에서 배웠던 짧은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이어가 보았다. 그러자 직원은 폭포수처럼 빠른 프랑스어로 답변했다. 나는 겨우 절반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그 직원의 언어 능력에 아주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은 것이지만 핀란드 사람들은 정말 언어에 특화된 것 같다! 어딜 가든 다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핀란드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는 헬싱키 지도와 마침 열리고 있던 헬싱키 디자인 위크(Helsinki Design Week)의 디자인 디스트릭트(Design District) 지도를 챙겨서 투어리스트센터를 나왔다. 그리고 스톡크만 백화점(Stockmann Helsingin Keskusta)으로 향했다.

Aleksanterinkatu 52, 00100 Helsinki, 핀란드

Aleksanterinkatu 52, 00100 Helsinki, 핀란드

Stockmann Helsingin Keskusta. 헬싱키의 중심에 있는 스톡크만백화점

일단 스톡크만 백화점 1층에 있던 약국에 들러 UNICARE라는 렌즈 세정제를 사고, 3층쯤에 있던 전자제품 코너에서 아이폰 충전기를 샀다. 그리고 지하 식료품 코너에 있던 한 슈퍼에서 간식(오렌지) 약간과 물을 사러 갔다. 전에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물을 잘못 먹어서 몸이 절로 아파왔던 기억을 되새기면서, 이번에는 꼭 깨끗한 물을 사 마실 생각이었다. 그래서 1.5리터짜리 생수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적당한 게 보이지 않았다. 전부 향이 첨가된 물이거나 탄산수뿐이었다. 결국 제일 무난해 보이고(라벨이 연회색이고) 겉에 과일이나 허브 그림이 안 그려져 있는(하지만 공기방울은 그려져 있는) 물을 샀다. 나는 ‘공기방울은 아마도 그냥 물이 신선하다는 표시겠지’라고 생각했고, 설마 이 수많은 물 중에 생수(Spring Water) 하나쯤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헬싱키 스톡크만 백화점

 

 

핀란드에서의 제대로 된 첫 끼니, 맥도날드, 그리고 핀란드에서 물 구하기.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물을 열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탄산수였다. (흑흑)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핀란드에서는 그냥 수돗물을 마신다. 물컵에 수돗물을 받아서 마시는 게 아주 당연한 일이고, 아무도 물을 끓여 먹지 않고 정수기를 쓰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나 향이 첨가된 물과 탄산수만 가득했던 거구나. 마실 수 있는 수돗물 처럼 가장 기본적인 곳에서 철저한 점이 북유럽 답다고 느꼈다. 이래서 행복지수가 높고, 이래서 복지국가라 불리는 건가 보다.

나의 핀란드 첫 식사: 맥도날드 세트, 그리고 헬싱키 지도. 뒤에 보이는 UNICARE는 렌즈세정액이다.

 

저녁 식사는 소코스(SOKOS)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세트메뉴를 포장해와서 먹었다. 핀란드에서의 제대로 된 첫 끼니였다. 어디에 무슨 식당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도 모를 땐,역시 맥도널드가 간편하다! 그리고 핀란드에 잘 도착했다며 생존신고를 하려고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그러다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친구와 이야기를 했는데, 집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에 걸어가서 저녁을 사 왔다고 말하니, 내가 있는 동네가 “매우 도시”인 거라고 했다. 서울의 큰 도로와 건물들, 북적이는 상점이나 많은 사람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매우 도심지역은 맞는 것 같았다.

Mannerheimintie 9, 00100 Helsinki, 핀란드

Mannerheimintie 9, 00100 Helsinki, 핀란드

소코스(SOKOS). 바로 이 SOKOS 1층에 맥도날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가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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